페미니즘의 운동이 우리 사회에서 한 획으로, 혹은 하나의 이슈로 자리잡고, 부당한 대우, 차별, 관습에 대해 여성들이 목소리는 내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페미니즘의 운동이 이제야 촉발된 것은 아니다.
이미 학교교육에서는 남성적 어조, 혹은 여성적 어조의 용어가 빠져 나가고 있고, 현대, 고전을 아울러 여성 작가나 평론들에 대한 많은 연구 성과물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도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남성에 준하는 결과물을 낸 것정도로 치부되어 인물 자체에 대한 속성보다는 동일 계열의 남성에 대비한 비교분석이나 여성성에 기준한 속성을 탐색하지 않았나 싶다.
사회 전반은 여성들의 피해의식과 남성들의 우월의식으로 지속되어 여성들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회구조였고, 그동안에 관습으로 자리잡은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에 대해 그 근간을 흔들어보고자 하는 시도들이 일어나 요즘만큼 다양한 영역에서 피부에 와 닿을 만큼은 목소리를 낸 적이 있었는가 싶다.
여성의 목소리는 점점 불타올라 여러 과격한 용어들의 구호, 선동 등으로 목청을 높이고 있다. 어쩌면 '과격'이라는 용어의 선택 역시 '백래시'일 수도 있겠으나, 두 성을 편가르는 데에만 효용성이 있어 화합을 이루는 걸림돌이라는 측면에서 '과격'이라는 용어가 적절한 것을 보인다.
이러한 급진페미니스트들에 대한 우려를 페미니스트가 경계하고 화합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 것이 벨 훅스의 '남자다움이 만드는 이상한 거리감'이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남자들의 남성성에 대한 생각, 여성을 대하는 방식은 사회화의 산물이라고 말하며, 그러한 남자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은 물론 잘못된 사회화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가령 남자다운 남자는 감정을 숨길 줄 알아야 하며, 남자들만이 하는 놀이를 해야 하며, 가족을 거느릴 경제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가치를 '가부장제'로 규정하고 이 가치의 주입은 부모로부터 이루어지며, 한부모 가정의 경우 특히 편모의 경우에 더 강력하게 이루어진다고 한다. 사회에서 남성다움을 유지해야 건강한 사회인으로 다른 남성들의 공격을 받지 않으며, 아버지의 영향을 받지 못하고 자란 남성의 경우 어머니가 오히려 더욱 강력한 남성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맹훈련을 시킨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그렇듯 대부분의 여성들 또한 엄마가 아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결국은 아이에게 해로울 거라고, 엄마의 영향으로 아들이 약해질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본보기로 삼을 남성이 있어야 아들이 남자답게 자랄 수 있다고 믿는다. 득히 싱글맘들은 아들을 계집애처럼 만들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린다.
그 과정에서 가부장제의 부당함을 알게 된 남성이 존재해도, 가부장제의 가치관이 팽배한 사회에서 자신의 가치를 펼치기에는 많은 사회적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그 분위기에 편승하여 가부장제가 유지된다.
그런 측면에서 벨 훅스는 정의롭지 못한 사고방식으로 사회화된 남성들에게 연민의 위로를 보내고, 그들이 한 인격으로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성 역할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사고로 나오는 데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급진적 페미니스트들은 가부장제의 부당함을 아는 남성이든 모르는 남성이든 가리지 않고 공격 대상으로 삼아 스스로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가부장제라는 이데올로기가 자신의 삶과 믿음, 행동을 지배하도록 의식적으로 선택하진 않았다. 그들은 가부장 문화에서 태어나고 또 그 시스템을 받아들이도록 사회화되었지만, 자신들 삶의 모든 분야에서 소소한 방식으로 그 시스템에 반항해왔으며 가부장적 사고와 실천을 완전하게 따르는 것에도 저항했다. (...중략...) 하지만 가부장제에 도전하고 그것을 바꾸고 결국 끝낼 운동으로 페미니즘을 받아들이려 하지는 않았다.
시작부터 페미니스트 운동은 대중매체를 통해 대부분의 남성들에게 반남성적으로 보였다. 정직하게 말하면, 현대 페미니스트 운동에는 심각한 반남성적 분파가 있다. 그처럼 남성을 혐오하는 여성들은 여성 해방 운동 지지자들 중 소수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다.
어떤 측면에서 "남자들 꺼져"라고 말하는 급진적 페미니스트보다 좀더 고단수로 남심을 변화를 이끌고 좀더 우아하게 여성의 입지를 드러낸다. 그들의 잘못된 사고방식은 남성 본연의 우월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잘못된 사회화라고 하며 남성의 책임을 거두어준다. 또한 남성들이 현재의 닫힌 사고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더 나은 사고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쭈주'를 해주어 성취욕을 자극한다. 이를 통해 남성들에게는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한 당사자로 설정하고, 여성들은 전환 가능한 남성들이 완전하게 전환될 수 있도록 포용력을 발휘하여야 한다고 함으로써 남성보다 우월한 사고방식의 선구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한다.
벨 훅스는 시종일관 남성을 타이른다. 그리고 그것은 남성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또한 여성은 그러한 남성을 사랑으로 감싸주어야 한다고 한다. 어쩌면 벨 훅스가 말하고자 하는 진정한 페미니스트는 여성우위로의 전환이 아닌 양성이 동등한 지위로서의 행복을 누리는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휴머니스트일 수도 있겠다.
페미니즘의 진정한 목적, 추구하는 바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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